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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세요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3. 4. 8. 12:31
# 올해는 유난히 벚꽃 볼 일이 많았다. 하루는 부모님을 모시고 양평 근교의 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리옹식 음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레스토랑은 북한강변에 자리잡고 있었다. 엄마는 종종 색깔 있는 옷을 입고 나서는 이런 나들이를 좋아하시곤 한다. 코스 요리 대신 부모님이 하나씩 양껏 맛보실 수 있도록 단품으로 된 뵈프 부르기뇽, 꺄나흐 콩피, 라자냐 등을 주문했다. 이날은 벚꽃을 구경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평소 한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두 시간 좀 안 되게 걸렸는데, 사장님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더니 부모님과 조심히 오라고 했고 식후에는 예정에 없던 마카롱까지 준비해주셨다. 부모님의 건강을 바라며 모처럼만에 가족간의 시간을 보냈다. # 귀여리의 벚꽃은 만개하기 전이었다. 북한강변을 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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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 다른 도구주제 있는 글/營 2023. 4. 1. 22:02
Avec l’accélération des transformations du travail, la formation professionnelle apparaît plus nécessaire "노동방식의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직업교육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여" (Le monde 3월 27일자 기사) Le volet 2023 du baromètre de la formation professionnelle et de l’emploi Centre Inffo-CSA témoigne d’une prise de conscience des actifs que la formation est utile pour préserver son employabilité. Mais des progrès restent à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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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그리니치(Greenwich)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26. 20:33
선착장에 배를 고정시키기 위해 승무원들이 밧줄을 내린다. 이윽고 런던 탑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강변을 잠시 맴돌다가 템즈강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배는 도개교인 타워 브릿지를 지나 동으로 동으로 시원하게 내달린다. 저멀리 신기루처럼 도크랜드의 시원한 고층 빌딩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티 구역보다는 획일적인 건물들이지만, 그 느닷없는 높이만으로도 새로운 런던을 발견한 기분이다. 카나리 워프 선착장에서 승객을 쏟아낸 배는 이제 그리니치(Greenwich)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는 이곳에서 내렸다. 배는 이제 밀레니엄 돔이 있는북 그리니치(North Greenwich) 선착장으로 향할 것이다. 선착장을 빠져나온 다음 그리니치 대학교의 담벼락을 곁에 두고 좁은 길을 걸었다. 어딘가로 이어져 있는 길이지만 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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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 걷기의 기록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3. 3. 25. 12:00
벚꽃이 3월부터 폈던가, 일하는 곳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벚꽃이 만개했다. 재작년에는 벚꽃을 학교에서 보았고, 작년에는 프랑스에 있느라 벚꽃을 보지 못하고 봄을 넘겼다. 새로운 직장 생활에 적응도 필요했지만 집안의 크고 작은 경조사를 챙기느라 주말에도 쉬지를 못해 연초 몸이 성하질 않았다. 이제 봄이 오고 벚꽃이 핌으로써 시간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만, 그마저도 3월부터 서두르는 꽃망울들을 보니 마음이 벌써 쫓기는 듯하다. "모든 여행은 정확히 그 속도만큼 따분해진다." 최근 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루소는 타고난 산책가였다고 한다. 5G를 쓰고 우주 여행이 시작된 속도의 시대에 걷기라는 행위는 다른 어떤 수단을 통해 가급적 대체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다만 앞선 존 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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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시티(City of Londo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21. 18:18
시티(City)라는 말은 파리의 시테(Cité) 섬과 마찬가지로 런던의 본거지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파리와 판이하다. 군데군데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런던의 시티 구역은 현대적 건물로 빼곡하다. 시티 오브 런던은 전세계 금융업의 첨단을 달리는 곳이다.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전에도 런던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장 들러보고 싶었던 곳은 피카딜리 광장도, 런던 아이도, 빅벤도 아닌 시티였다. 아마도 경쟁적으로 마천루가 즐비한 아시아의 대도시들과는 다른 느낌의 스카이라인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레이트 타워 스트릿(Great Tower Street)을 따라서 시티 구역에 들어갔고 뱅크(Bank) 지하철역까지는 채 미치지 못하는 거리 안에서 시티 일대를 거닐었다. 영국의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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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런던 탑(Tower of Londo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20. 02:28
나는 3박 2일의 일정으로 런던에 머물렀다. 체류한 기간이 3박 4일도 아닌 3박 2일이 된 것은 유로스타가 아닌 야간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런던 방문이 그러했듯이 나의 런던 여행은 언제나 시간을 다툴 수밖에 없는 인연인가 싶다. 그렇게 해서 둘째 날의 아침 일정은 숙소가 자리한 올드게이트(Aldgate)에서 멀지 않은 런던 탑에서 시작했다. 런던 탑에 가기 위해 내가 하차한 지하철역은 타워힐(Tower Hill) 역이다. 블러디 타워(Bloody Tower), 솔트 타워(Salt Tower)에서 타워 브릿지에 이르기까지 탑이란 탑이 모여 있는 공간이니 만큼 이 지역에는 '타워(Tower)'라는 명칭이 어디든 따라붙는다. 지하철역명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여객선 터미널의 이름도 타워 밀레니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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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일상/book 2023. 3. 19. 11:31
모가지가 긴 초병과 나뭇결이 고운 장롱과 이 조화롭던 윗방이 잃어버린 낙원의 한 장면처럼 가슴 뭉클하게 떠올랐다. 천 년을 내려온 것처럼 안정된 구도에 익숙해진 나의 심미안에 조약한 원색으로 처바른 반닫이는 너무나 생급스러웠다. —p.56 말세의 징후가 도처에 비죽거리고 있었다. 나하고 동갑내기를 멀리 시집보낸 소꿉동무 엄마가 나를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내 나이에 시집을 가다니. 그때 나는 겨우 열네 살이었다. 그러나 시골에선 조혼이 유행이었다. 극도의 식량난으로 딸 가진 집에선 한 식구라도 덜고 싶은데 정신대 문제까지 겹치니 하루빨리 치우는 게 수였고, 아들 가진 집에선 병정 내보내기 전에 손이라도 받아 놓고 싶어 했으니까. —p.179 개성에 미군이 들어온 건 삼팔선을 잘못 그어서 그렇게 된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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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13. 11:33
템즈강을 따라 걷는다. 런던을 관통하는 템즈강은 파리의 센 강보다는 폭이 더 넓다. 둑방이랄 것이 없어 차로 옆 인도를 따라 강을 곁에 두고 걸어나간다. 템즈강은 장마철의 한강처럼 흙탕물에 가까운 색깔을 하고 있었고, 수면으로 건물들의 파사드가 반사될 틈을 주지 않았다. 런던에 도착해서 처음 마주했던 황갈색 빛 건물들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다. 동시에 묘하게 한강의 스카이라인이 떠올랐다가, 미국식 시장경제 모델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우리나라가 떠오르고,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떠오르고.. 생각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른다. 내가 향하는 곳은 테이트 모던. 한 번쯤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영국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기대대기도 하지만, 옛 화력발전소를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