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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의 일기: 불사조(le phénix)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7. 04:56
# 오후 게임이론의 팀발표가 있었다. 좌충우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일단락됐다. 발표과제가 연달아 있는 상황에서 팀과제는 개인적으로 후순위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팀’ 과제라는 특성상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같은 과제를 수행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발표를 앞둔 마지막날까지도 발표자료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프랑스에 온 뒤, 코로나가 절정을 달할 때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요새 목 통증이 크게 찾아와서 오후에 있던 발표가 끝날 때까지 더욱 힘을 쏟아야 했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고 오래 앉아 있다보면 간혹 목 통증이 조금씩 올라올 때가 있는데, 통증을 감지할 때는 이미 늦어서 목 통증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는 이미 심한 두통을 느낄 정도로 목과 등근육에 통증이 찾아온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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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의 일기: 수업 없는 화요일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5. 18:27
# 화요일 아침 수업이 이번 주는 한 주 휴강한다. 고로 오늘은 수업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저번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오르세 미술관을 다녀올까 오래 고민하다가 결국은 가지 않았다. 내게 화요일은 일주일이라는 7일간의 리듬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날이다. 수업이 꽉 가득찬 월요일의 다음날이자, 조금 결이 다른 게임이론과 문화인류학 수업이 이루어지는 수-목요일, 그리고 프랑스어 수업이 차지하고 있는 목-금요일로 넘어가기에 앞서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여전히 화요일에 노동경제학 수업은 있지만 오전에 수업을 듣고 나면 오후는 자유시간이다. 어쨌거나 그나마 있던 화요일 수업이 학사일정상 휴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팀 과제를 준비하고 논문을 읽으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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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의 일기: 집중(集中)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4. 18:51
# 기분 탓이겠지만 수업이 가장 몰려 있는 월요일에 항상 날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3일간의 궂은 날씨도 끝나고 아주 시원하게 봄볕이 내리쬔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와 목에서부터 통증이 올라오는 걸 보아 한동안 잘못된 자세로 계속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그저 쉬고 싶지만 이른 아침부터 비대면으로 연구지도가 있어 몽롱한 정신으로 컴퓨터를 세팅했다. 지도가 끝난 뒤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데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오늘부터 프랑스 정부 방침으로 마스크 의무착용이 크게 완화되었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시설을 제외하면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TV를 볼 수도 없고 안내 메일도 따로 받지 못한 나로서는 교실에 도착했을 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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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의 일기: 무제(Sans titr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3. 19:56
# 간밤에는 ‘라 필모테크(la Filmothèque)’라는 영화관에서 코엔 형제의 를 보았다. ‘르 셩포(le Champo)’와 마찬가지로 소르본 대학 바로 가까이에 위치하지만 좁은 골목에 있어 좀처럼 눈에는 띄지 않는 영화관이다. 몇몇 감독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상영하는 르 셩포와는 달리, 스탠리 큐브릭의 , 코엔 형제의 , 미셸 공드리의 , 폴 토마스 앤더슨의 , 데이비드 린치의 처럼 작품성도 있으면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들에서부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60년대 영화까지도 다수 상영하고 있다. 내가 간 토요일 밤에는 동시간대에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의 이 상영하고 있었다. 라 필모테크에는 크게 두 개의 상영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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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의 일기: 마레에서 앙발리드까지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2. 18:18
# 권태감을 누르고 다음 주 발표에 필요한 논문을 두 번째로 읽는다.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건지, 따라올 사람만 따라오라는 계산인 건지, 저번 첫 번째 과제 때와 마찬가지로 게임이론 과제의 난이도는 높다. 첫 번째 과제는 엉겹결에 잘 풀기는 했지만, 두 번째 과제는 신경과학도 다루고 있어서 매우 생소하다. ‘의사결정이론’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융합학문적인 성격이 매우 강해서, 인지과학,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등이 모두 맞물려 있다. 막상 이 분야를 찾아보면 이미 진행된 연구가 매우 많은데,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곳이 특별히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한국에서 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가 올듯 말듯 흐리다. 덩달아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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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다나카 키누요(田中絹代)일상/film 2022. 3. 11. 22:33
르 셩포에서 현재 상영중인 작품들은 최근에 개봉된 작품들은 없고 대체로 최소한 몇 십 년 전 쯤에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저녁 시간에 왕가위의 작품들도 상영하고 있지만, 같은 작품은 이미 봤기 때문에, 다나카 키누요(田中絹代)라고 하는 귀에 익지 않은 일본 감독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처음 본 작품이 이고 두 번째로 본 작품이 인데 둘 모두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 가장 큰 공통점은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 영화의 중심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배우로도 활동했던 다나카 키누요 감독은 48년 미조구치 켄지(溝口健二) 감독의 작품에서 창부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이후 그녀가 감독하는 작품 안에 창부라는 모티브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과 모두 외부로부터 갱생을 종용받지만 좀처럼 갱생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는 이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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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의 일기: 봄 오는 소리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1. 21:29
# 파리에 온 이후로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우산이 필요할 정도로 비가 내린다. 오늘 아침 L은 우산을 들고 학교 입구에 나타났다. 좀 아까까지 흐린 날씨였는데 마침내 비가 오는 모양이다. 비가 내리니 에흐네스 정원에 가지는 못하고 카페테리아로 들어갔다. 나나 L이나 바캉스로 인해 2주간은 파리를 떠나 있었으므로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꽤 오랜만이다. 서로 안부를 묻다가 어제 그녀가 알려준 지베흐 조제프에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야기가 다시 프랑스 입시 이야기로 빠졌다. 지필고사를 6일에 걸쳐 6과목 본다는 이야기나, 이후에 선발된 인원들을 대상으로 면접이 따로 진행된다는 점이나 학업량이 엄청날 것 같은데 무언가를 물어보면 그런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해맑게 말한다. 문학 분야에서는 지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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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의 일기: 불완전한 선택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rs 2022. 3. 10. 21:08
# 오늘 아침도 발표 자료를 준비하거나 퀴즈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수업을 듣는다. 목요일 문화인류학 수업은 여기서 듣는 수업 중 가장 수강생도 많고 밀도 있게 수업이 진행되어서 수업을 다 듣고 나면 진이 빠진다. 가끔은 내가 한 선택이 옳은 것이었을까 생각한다. # 세 시간 오후 수업을 듣고 나면 벌써 저녁이 가까워진다. 기숙사에 돌아와 조금 쉬다가 기분을 전환할 겸 소르본 대학 앞 지베흐 조제프 서점으로 향했다. 저번에 둘러보지 못한 코너들에서 여러 서적들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수험서는 그리 많지 않지만 단연 눈에 띄는 수험서가 있는데 바로 프레파(Prépa) 책들이다. 딱 보기에도 엄청 재미없게 생긴 책들이 서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고등사범학교와 같이 아예 특정 대학을 타깃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