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DAY 1 / 미야지마의 노을을 등지며(미야지마구치(宮島口)~히로시마(広島))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19. 00:17
이쓰쿠시마 신사를 빠져나오는 길 역시나 거리를 배회하는 사슴 한 마리 이쓰쿠시마 신사를 빠져나오는 길에 상점가가 꽤 길다랗게 있는데,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서 거리에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드문드문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섬에 숙소를 잡아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왼편으로 석양빛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여객 터미널로 걸음을 옮겼다. 미야지마 여객터미널 맞은 편으로는 미야지마구치 일대의 높고 낮은 건물들이 보인다 그리고 회색 콘크리트벽이 노을빛을 받아 오렌지빛을 띠고 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꼈다. 하늘 속 구름들은, "참 쉽죠?"를 연발하던 밥아저씨의 그림처럼, 대충 나이프로 휘갈겼어도 섬세하게 기교가 들어간 유화 같았다. 출발하는 배의 코찌르는 기름냄새를 맡으면서, 거센 바닷바람을 찾았다. 그..
-
DAY 1 / 물 위의 신사(이츠쿠시마 신사(厳島神社), 미야지마(宮島))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17. 01:07
이곳 이츠쿠시마 신사는 일본의 3대 절경으로 손꼽힌다 3대 절경의 나머지 두 곳은 각각 교토부(天橋立;아마노하시다테)와 미야기현(松島;마쓰시마)에 자리잡고 있다 신사에 들어서니 멀리 미야지마구치가 보인다 이쓰쿠시마 신사로 들어가면 곧 대칭형 건물의 중앙에 다다른다. 중앙에는 미야지마구치를 향해 뻗어나온 부둣가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통로가 하나 있는데, 여기서 다홍빛의 토리이가 정면으로 보인다. 그 광경이 볼 만해서, 사람들이 붐비다보니 여기서 독사진 하나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이쓰쿠시마 신사의 오른편으로 다보탑이 보인다정면에 보이는 것은 노(能) 공연이 이루어지는 무대다 신사의 왼편으로는 오층탑이!! 신사의 중앙에 들어서니 토리이가 정면으로 보인다 갯벌 위에 이런 신사를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게 기발하다...
-
DAY 1 / 신들이 사는 섬(미야지마(宮島))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16. 00:53
무쓴 까닭에서인지 오랜 옛날부터 신들이 산다고 여겨져 온 미야지마 미야지마구치와 미야지마를 오가는 배편은 많다 하지만 배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물때 시간!! 이와쿠니에서 미야지마구치로 향하는 길에는 역시나 이미 눈에 익은 공단이 눈에 들어왔다. 미야지마구치 역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곧 열차에서 내렸다. 히로시마 역에서 출발한 뒤, 미야지마구치 역을 경유해 이와쿠니 역까지 갔기 때문에, 미야지마구치 역의 위치를 대충 익혀둔 상태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지점이라 놓칠리 없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편의점에 가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웬걸 휴대폰을 충전할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는 간이식 보조배터리를 구입..
-
DAY 1 / 내려가는 길(킷코 공원(吉香公園), 이와쿠니(岩国))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14. 00:01
킷코 신사의 돌로 된 도리이(鳥居) 도리이(신사 입구)에 걸린 장식 해태를 닮은 어떤 동물 신사를 참배하기 전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手水舎ちょうずや) 이끼에 뒤덮인 동상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다. 가마우지 왼편으로 아까 들어올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신사 하나가 보였다. 다리를 건너 신사에 들어가보았다. 여전히 바지가 젖어 있는 상태라 딱히 신사 안에까지 들어가서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손에 우산까지 들려 있으니 손을 씻기도 어렵고, 어차피 다음 일정으로 미야지마(宮島)의 이츠쿠시마(厳島) 신사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신사 안을 간단히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고저택의 기와 위로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킷코 공원을 빠져..
-
DAY 1 / 산 위 작은 성(이와쿠니성(岩国城), 이와쿠니(岩国))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13. 00:27
요코야마 산 위의 이와쿠니성 공원에 마련된 공공조형물 박물관 옆 가마우지 우리오래전부터 가마우지의 목을 묶어 낚시를 하는 풍습이 전해져 왔다고 한다 킨타이교를 건너 킷코 공원에 들어섰다. 킨타이교를 건널 때부터 산 위의 조그마한 성(城)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와쿠니 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전에 가봤던 성들―히메지성(姫路城)과 오사카성(大阪城)―은 규모도 훨씬 크고, 평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해자(垓子) 또한 널찍했기 때문이다. 한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를 운행하지 않는 건 아닌지 잠시 걱정됐지만, 이런 날씨에 용케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었다 케이블에 올라 바라본 킷코진쟈(吉香神社) 킷코 공원에는 유서 깊은 고저택이 여럿 남아 있지만, 내가..
-
DAY 1 / 사무라이를 싣는 다리(킨타이교(錦帯橋), 이와쿠니(岩国))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8. 9. 20:06
시내에 도착한 후 곧바로 히로시마 역으로.. 티켓을 출국 전날 끊고 짐은 가방 하나 크기 만큼 단출하게 챙겼다. 이륙 시간이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새벽에 집을 나섰더니,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 안에서 완전히 곯아 떨어졌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인지하지 못할 만큼 단잠에 빠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비행기가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한 뒤였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지 약 한 시간 반 남짓 지난 시각이었다. JR 너머 차창으로 수평선을 메우고 있는 공단(工團)이 눈에 들어왔다 이와쿠니 역에서 산도쿠 지선으로 갈아탄 뒤 카와니시 역에서 하차!! 히로시마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다. 미리 환전조차 못했기 때문에 직불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해야 했는데 ATM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공항 안에 있는 은행창구에서 영어로 ..
-
Prologue. No More Hiroshima여행/2017 일본 히로시마 2017. 7. 29. 21:21
아직도 2011년 3월 11일의 기억이 생생하다.TV 화면에 실시간으로 흘러나오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강건너 불구경하는 기분으로 바라본 기억이 있다.동일본 대지진(東日本大震災)이라고도 불리는 이날의 재앙은 정부 차원에서 손쓸 수 없는 수준의 자연재앙이었고, 실제로 모든 후속조치는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걸 언론―그마저 비공식적인 자료들이 완전 공개된 것은 아니겠지만―을 통해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 때까지도 세슘이니 피폭이니 하는 것들은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그리고 어느 순간 생각했다.더 이상 일본은 갈 수 없겠구나 하고.2박 3일 도쿄를 둘러봤던 기억도, 9일간 간사이 지방에서 친구와 함께 남겼던 추억들도 일순간 너무나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졌다. 2015년이 되어 벨라루스 출신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