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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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ur, la peur, superficiel일상/film 2019. 7. 9. 23:03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는 고민하지 않고 보는 법!!이라고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포스팅의 제목에 단 것처럼 인간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깊이가 얄팍한(superficiel) 영화다. 아마도 이자벨 위페르는 광기어린 집착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준 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작품 가운데에는 같은 주제를 다루는 보다도 어쩐지 이 떠올랐는데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뇌리에 깊이 각인된 그녀의 아우라보다 한참 나이가 들어버린 그녀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기 때문인 것인지, 어쩐지 근래에 보아온 그녀의 작품 중 그녀가 가장 그녀다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이 떠올랐던 것 같다. 클로이 모레츠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대 배경 자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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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영화 두 편일상/film 2019. 6. 21. 23:19
학생 때처럼 편한 시간에 영화를 보러가지는 못하지만, 관심이 가는 영화제에는 혼자서라도 발걸음을 한다. 그렇게 들른 곳이 아랍 영화제. 아랍 영화제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매년 빠짐없이 영화제에 간 것 같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람한 작품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하고 아랍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이다. 영화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대치하고 있는 내전상황에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시리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폭압 아래,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도시의 이 구역 저 구역을 가리가리 쪼개어 관할하고 다마스쿠스 근교. 사람들은 바로 옆 구역을 가기 위해서도 검문을 거쳐야 하는가 하면,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심검문도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진다. 한국전쟁 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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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비밀일상/film 2019. 5. 14. 18:03
_##]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출연만으로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 스페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명랑하고 쾌활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다. 나는 ‘스페인 영화’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르가 미스터리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음울한 작품부터 시작해서, 나 에 이르기까지··· 꼭 스페인 영화가 아니더라도 스페인어권인 남미의 영화들도 대체로 어두운 톤이다. 사실 이번 영화는 감독의 개성과 철학이 면면히 녹아든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처럼 작품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나 처럼 작심하고 만든 추리물이라 할 수 있다. 은 마치 을 연상시키는 시계탑 안에서 목가적인 분위기와 함께 스토리의 포문을 연다. 뒤이어 결혼식에서 발생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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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한심한 사람들의 해피엔드일상/film 2019. 5. 3. 20:35
영화를 본 뒤 맨 처음 드는 생각은 차갑다는 것이다.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프랑스의 따스한 풍광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무심하리만치 차가울 수 있는 것일까. 영화에는 대가족의 다양한 군상(群像)―로랑 일가(一家)―이 묘사되어 있지만, 어느 인간 하나 인간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라는 영화의 제목은 철저하게 조롱이다. 첫째 전혀 ‘해피’하지가 않다. 둘째 영화에 ‘엔드’가 빠져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부조리한 삶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임을 암시한다. 나중에 뒤돌아 생각해보면 오싹하다. 공사현장이 붕괴되는 장면에서는 라디오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완벽히 제3자의 입장에서 사고현장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앵글.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엄마의 일상을 휴대폰으로 담는다. 화장실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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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못난 쏨뱅이일지라도일상/film 2019. 4. 30. 23:35
‘다름’이라는 주제는 내게 가장 어려운 주제 중 하나이다.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름’을 규정하는 시도는 실로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가령 ‘평등’이라는 개념은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늘 첨예하게 대두되는 문제는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 이 둘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과연 어느 선(線)까지를 상대적인 차이로 수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야말로 지난(至難)한 문제이다. 꼭 이러한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쌀쌀한 날씨를 누군가는 후텁지근하다고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불쾌해 하는 일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는 것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은 일상에서도 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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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통과 우리의 고통일상/film 2019. 4. 27. 01:49
작년 초겨울부터 개봉을 기다렸던 영화다.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영화를 보게 된 것도 카페에서 멍하니 책을 읽다가 바로 옆 영화관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것을 알고 상영시작 5분 전에 즉흥적으로 발권하여 본 것이다. 거의 일 년 가까이,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죽죽 읽어나가고 생각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주말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잡음으로 시끌벅적한 일상에서 유일하게 음소거를 하는 시간. 이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무엇이 생산적일지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영화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다루다가 결말에 이르러 대단히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다. 이혼을 앞둔 제냐-보리스 부부는 아이가 느끼는 혼란과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을 최우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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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히어로일상/film 2019. 4. 14. 16:27
라는 제목부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던 영화로, 금요일 퇴근길 이 영화를 보았다. (아마도 직위해제된 상태인 듯한) 경찰 한 명(아스게르)이 전화로 신고를 접수하고 수리하는 다소 부산스러운 장면과 함께 영화의 도입부가 시작된다. 영화가 스릴러물이다보니 '신고'라는 소재를 토대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다리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기다려도 영화의 장소에 변화도 없고 경찰은 계속 신고를 수리하기만 한다. 정확히 어떤 장면을 포착해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는 순간, 아스게르가 한 여성이 납치되었다는 신고를 접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일체 장소의 이동없이 협소한 사무실을 배경으로 아스게르의 목소리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긴박한 목소리만을 도구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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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말하는 광기(狂氣)일상/film 2019. 3. 23. 15:10
영화관에 잠깐 상영되었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영화라 하더라도 가능하면 다 찾아서 보는 편이다. 그만큼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선호하는 장르나 배우, 감독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단연 요즘 나의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친숙하게 알려진 감독이 아니기도 하고, 다작(多作)을 한 감독도 아니지만 계산을 해보니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을 네 편 정도 보았다. 사랑과 사냥을 결합한 독특한 컨셉을 차용한 까지만 해도 재미있게는 봤지만 이 감독의 작품이 마음에 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었다. 그러다 최근에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이 . 이전에도 감상을 남긴 적 있었던 이 작품은 함무라비 법전의 한 구절―눈에는 눈 이에는 이―을 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