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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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일상/film 2020. 4. 27. 23:37
Toutes portes ouvertes 모든 문은 열린 채En plein courant d'air 가득 흐르는 바람 사이로Je suis une maison vide 나는 빈 집에 홀로 있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Comme une île déserte 마치 황량한 섬처럼 Que recouvre la mer 어찌 바다는 뒤덮는가 Mes plages se devident 나의 해안은 휘감긴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Belle, en pure perte 상실 안에서 아름다운Nue au coeur de l'hiver 한겨울의 구름Je suis un corps avide 나는 텅빈 몸통이네Sans toi, sans toi 그대 없이, 그대 없이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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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요르고스 란티모스일상/film 2020. 4. 26. 23:56
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무능한 통치자가 보여주는 히스테릭한 면모가 매력적인 영상 안에 아주 효과적으로 그려진 영화다. 또한 역시 권할 만한 뛰어난 영화다. 묻힐 뻔했던 과거의 사건에서 촉발된 아슬아슬한 위기감이 주인공의 위선과 맞물려 살벌하게 전개되는 영화다. 한편 역시 매력적인 영화다. 행동과 언어가 유리(遊離)된 인물들은 희한한 시스템을 쌓아올린 후 서서히 붕괴해간다. 또한 는 어떠한가? 제약된 공간 안에서 사랑이라는 자원을 두고 벌이는 남녀들간의 갈등상황은 그 모티브만으로도 충분히 기발하다. 야근 후 곧바로 잠을 청하기 싫었던 어느 하루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필모그래피를 뒤적이다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라는 작품을 발견했다. 그리고 4.99 달러를 결제한 뒤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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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북유럽 영화일상/film 2020. 4. 17. 21:49
"What if you go there and discover there is no God?" 북유럽 영화로 묶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설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북유럽 영화로 묶어보았다. 실제로 중부 유럽이라는 것 자체가 지리적으로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고 말이다. 폴란드 영화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의 작품은 로 처음 접했는데, 흑백으로 촬영된 점과 가로:세로=1.2:1 비율로 된 화면을 쓴다는 것이 서로 공통적이다. 뿐만 아니라 소재도 비슷하고 '선율'이 가득한 화면도 닮았다. 가 냉전 속에서 세파에 휩쓸려 난파당하는 한 연인의 사랑을 다룬다면,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부모님의 족적을 따라가는 한 수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에서는 두 연인의 사랑을 통해 유럽대륙에 거칠게 드리워진 육중한 철의 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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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게리 올드만일상/film 2020. 4. 11. 00:20
누군가가 요새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 산다는 말을 하던데, 나는 잠시 넷플릭스 알고리즘에 빠져 있었던 게 분명하다. 언제 어떻게 해서 이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의 작품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넷플릭스의 무료체험기간이 만료되는 날 본 마지막 영화다. 이게 분명 한국어로 자막이 달려 있기는 한데, 제대로 이해를 한 게 맞는지 모르겠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첩보전을 벌이는 영국신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다. 혹시나 이게 실화를 기반으로 한 거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영화를 감상했는데, 감상한 뒤에 찾아보니 존 르 카르레의 첩보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전체적인 정보를 종합해 볼 때, 는 책보다 더 책처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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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프랑수아 오종일상/film 2020. 4. 2. 22:23
틈나는 대로 영화관을 가던 게 어려워지면서 요즈음 이런저런 자구책을 찾아보게 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영화관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들었어도 관객이 없어 스크린에 내걸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문제인 것 같다. 하여간 집에서라도 영화를 보겠다고 맨 처음 시도했던 게 넷플릭스인데, 드라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너무 빈약하다. 덕분에(?) 이름만 접해보고 본 적은 없던 클래식 영화들―미국 명작들은 얼추 다 갖추고 있는 것 같다―이라도 찾아보고는 있지만 이걸로 충분치는 않다. 그나마 애플TV가 다국적에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애플TV가 우리나라에 언제 서비스를 론칭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플랫폼 없이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영화 하나를 볼 때마다 렌탈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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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 또는 사이코일상/film 2020. 3. 23. 00:58
“I guess I could be pretty pissed off about what happened to me, but it’s hard to stay mad when there’s so much beauty in the world. Sometimes I feel like I’m seeing it all at once, and it’s too much; my heart fills up like a balloon that’s about to burst. And then I remember to relax, and stop trying to hold onto it. And then it flows through me like rain, and I can’t feel anything but gratit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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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스탠리 큐브릭일상/film 2020. 3. 17. 17:52
1월경에 홈씨어터를 만들어보겠다고 빔프로젝터를 구매했었다. 빔프로젝터도 다른 전자기기들처럼 사양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HD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조건만 두고서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 중에 하나를 골랐다. 물건이 집으로 배송온 뒤 며칠 동안은 뜯어보지도 않고, 빔스크린으로 쓸 커다란 천―너무 새하얀 스크린보다 따듯한 천의 색감이 좋았다―을 하나 구하고, 빔프로젝터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지지대를 구했다. 천장에 천을 고정해줄 수 있는 걸개를 준비하고, 노트북과 빔프로젝터를 연결해주는 HDMI 케이블까지 준비하고 나니―노트북의 OS가 무선으로 호환되지 않았다;;―영화를 틀 수 있는 대강의 외관은 갖췄다. 어느 정도 외양을 갖추고 나서도 영화를 볼 생각은 못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 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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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일상/film 2020. 3. 12. 00:05
Down to Gehenna, or up to the Throne, He travels the fastest who travels alone. ―Ruyard Kipling 롱테이크―하나의 숏을 길게 촬영하는 기법―를 눈여겨봐야 하는 영화라 하더니 과연 롱테이크를 최대한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이와 더불어 1917년도의 생활상(전투복장, 전술, 건물, 소품 등등)을 최대한 고증한 모습이 엿보이는 부분 역시 좋았다. 롱테이크 촬영을 하기 위해 제작진이 세심하게 공들인 것들이 놀라울 정도이기는 했지만, 기법 특성상 몰입이 길어지다보니 사실 장면에 따라 조금 피로한 느낌도 있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버릴 게 없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에쿠스트(Ecoust) 마을에서의 장면이다. (역설적이게도) 황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