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
너와 나의 분노(une société en colère)일상/film 2021. 4. 22. 16:35
“Mes amis, retenez bien ceci,il n’y a ni mauvaises herbes, ni mauvais hommes,il n’y a que de mauvais cultivateurs.” —Victor Hugo "개가 짖기 위해서는 물고 있는 걸 내려놔야겠지요." —극중 살라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싶은지가 오래되었다. 비루한 사람들, Les misérables. 은 워낙 많이 인용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2012년 군 복무중에 봤던 뮤지컬 영화 이 생각나기도 해서, 2019년도 버전으로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번 영화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나한테만 좋은 일이지만(;;) 영화관에 나 혼자뿐이어서 맘 편히 영화를 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서 영화를 봤다..
-
친구—충분히 가까이에 있는 것일상/film 2021. 4. 17. 00:35
샤이아 라보프는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작품이 . 는 두말할 것도 없고 에서도 그를 인상깊게 보았다. 에서는 반항적이고 음침하고 드문드문 순진한 모습이 드러나는 선한 역할을 맡는데, 샤이아 라보프가 맡는 역할들이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사실 요 근래 어떤 영화가 새로 나왔는지 아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지냈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라 그런지 시선을 잡아끄는 영화가 적지 않았다. , 과의 경합 끝에 으로 낙점:P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봐서 그냥 좋았다. 노스 캐롤라이나가 배경인 영화에는 늪이나 수풀, 바닷가가 번갈아 나오는데 어릴 적 읽었던 을 떠올리게 했다. 에서 무대가 되었던 미주리주가 그러했듯이 노스 캐롤라이나 역시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에서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
미나리 원더풀일상/film 2021. 3. 23. 23:39
"돈은 우리를 구해줄 수 있지만, 서로는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는 거야?" —모니카 얼마전 라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서점에서 돌아다니다가 얼핏 본 것 같기도 한데, 제목만 봐서는 영 내용이 별로일 것 같아 시선을 두지 않았던 책이다. 책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의 이야기를 조금 뜬금없는 상황에서 꺼냈는데, 다소 자극적인 소설제목과 달리 2세대에 걸친 재일교포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오늘날 한국인들에게는 일종의 부채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영끌'이다 뭐다 해서 부채가 흔한 세상에 무슨 말인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데,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뭔지 이해가 되었다. 요지는 해외로 건너간 한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사들인 독립공채가 한국..
-
두 편의 폴 토마스 앤더슨일상/film 2021. 3. 1. 01:08
Free to go where you please. Then go. Go to that landless latitude, and good luck. For if you figure a way to live without serving a master... any master... then let the rest us know, will you? For you’d be the first person in the history of the world. In my dream, you said you’d... you figured out where we met. I went back and I found it. I recalled you and I working together... in Paris. We we..
-
채워지지 않는 것들일상/film 2021. 1. 23. 21:21
물의 요정, 운디네. 운디네는 원래 물을 관장하는 정령으로 중세 연금술에서 유래한 신화적 존재를 뜻한다. 그래서 운디네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도 이미 여럿 만들어진 바 있다. 이 영화에서도 ‘물’은 핵심을 차지하는 소재다. 저수지와 잠수, 수조(水槽), 야외 수영장까지 모두 물과 관련되어 있다. 조금 더 과장을 보태자면,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도시까지도 물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영화의 배경은 베를린(Berlin). 역사학자인 여주인공 운디네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도슨트에서 설명하듯, 베를린은 고대 슬라브어 ‘베를berl’ 또는 ‘비를birl’에서 왔다. 이 슬라브어는 ‘습지’를 말한다. 얼마전 읽었던 「강철 왕국 프로이센」에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책에 따르면 브란덴브루크 가의 본거지였던 베..
-
두 편의 미카엘 하네케일상/film 2021. 1. 17. 10:25
이전까지 보았던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으로는 과 , 이 있다. 보통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은 본지가 워낙 오래되어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그보다 8년 더 된 는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게 이자벨 위페르와 브누아 마지멜 주연의 다. 사랑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광기라 해야 할지, 사랑의 광적인 측면을 적나라하게 들추는 이 영화를 보며 크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편 최근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는 어느 부르주아 가족의 위선을 그린 작품으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움직이는 듯 묘하게 맞물려 있어 구성이 독특한 영화다. 이번에 본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 두 편은 와 다. 는 종종 재개봉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는데, 영화관에 발걸음을..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상/film 2020. 12. 28. 01:40
I’m so happy on the one hand, and on the other, I can’t bear it anymore.All this hatred from everyone.Sometimes I wish I were all alone with you in the world with nobody around us. "본 포스팅은 많은 스포일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반쯤까지 볼 때만 해도 ‘외국인 차별’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구도에서 본다면 모로코 이민자 ‘알리’는 차별의 희생자가 되고, 그런 그와 결혼한 ‘엠미’는 구원자가 된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을 보는 동안, 그러한 도식화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영화는 끝에 덧붙여지는 약간의 변주를..
-
두 편의 짐 캐리일상/film 2020. 12. 23. 22:55
최근 계속해서 코믹한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근래 개봉작 가운데에는 마땅히 볼 만한 작품이 없어서 생각을 해보다가 짐 캐리의 작품이 떠올랐다. 곧장 아이튠즈로 영화 렌트! 처음으로 본 작품은 로 예전부터 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작품이다. 주제가 분명하다. ‘자신의 의지(free will)’를 믿어라!! 영화를 보면서 뜻밖에도 최근에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글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이 떠올랐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마이클 샌델은 하나의 딜레마를 제시한다. 인간이 열심히 노력해서 구원을 얻는다면 신의 뜻이 인간 의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신이 전지전능하여 누군가의 구원을 결정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