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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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킬링타임일상/film 2021. 7. 7. 15:08
내 왓챠피디아 취향분석을 보면 {완성도, 명작, OST}가 가장 큰 키워드로 뜬다. 그 다음으로 묶어볼 수 있는 한 그룹이 {연기력, 미장센, 영상미}가 있다. 또 다른 그룹으로는 {인생, 관계, 잔잔한}을 묶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꽁지에 달려 있는 외딴 키워드가 하나 있으니 이게 {블록버스터}다. Block-buster. 말 그대로 구역(block)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만한 파괴력을 지닌 폭탄(buster)이라는 뜻이다. 1940년대 미국 영화계에서 처음 등장한 이 비유적 표현은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 또는 이를 목적으로 기획된 영화를 가리키는 영화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하튼 나는 이런 블로버스터물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이들 대부분은 액션물이다. 다만 기왕에 영화를 보는 김에 오래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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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경계일상/film 2021. 6. 27. 01:01
이번에 포스팅하는 은 애니메이션 연작물이라서 영화로 보기 어렵지만 일단 카테고리에 실어본다. 영화는 많이 보는 편이지만 같은 영상물인데도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머리 식힐 거리가 필요했던 하루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주행할 만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 떠올랐다. 은 넷플릭스에서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서 이걸 보려고 처음으로 넷플릭스도 결제했다. 오래 전부터 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게 벌써 ’95년도 작품, 그러니까 20년도 더 된 작품이다보니 선뜻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미지만 봐서는 미래적인 느낌인데 만들어진 지도 벌써 20년을 훌쩍 넘었다보니 지금에 와서 봐야 흥미를 끌 만한 게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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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들일상/film 2021. 6. 20. 01:07
페드로는 카메라 꾸러미와 단출한 짐을 들고 칠레의 낯선 섬에 들어선다. 페드로는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외진 곳까지 찾아들어왔지만, 어쩐 일인지 그를 기다리는 건 꼬마신부뿐이다. 신랑은 보이지 않고 계약 종료일로 약속되었던 결혼식 일정도 기약 없이 차일피일 미뤄진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첫 단추를 잠근 뒤로 점점 역사적인 이야기로 흐름을 넓혀 간다. 페드로는 사적인 사건의 보조적인 역할에서 폭력의 연출가로 변모해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풍광이 아름답게 담긴 영화다. 그런데, 화이트 온 화이트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하양 위에 떳씌운 하양. 설원 위를 덮는 짙은 운무(雲霧)? 겨울 풍경 속에서 운무 하나가 걷히면 다른 운무가 뒤따라온다. 아니면 새하얀 인화지? 백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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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죽음의 무게일상/film 2021. 5. 22. 11:25
And then that star has died, and it becomes really, really bright and it shoots out all of this stuff, and all that stuff travels through space over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years, and eventually, it’s what makes us. 이후로 영국의 풍경이 이렇게 실컷 담긴 영화는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스토리 자체는 밋밋했지만 영화에 나오는 영국의 전원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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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You Down The Road일상/film 2021. 5. 6. 16:08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ed.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s declines.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dimmed.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Nor lose posse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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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분노(une société en colère)일상/film 2021. 4. 22. 16:35
“Mes amis, retenez bien ceci,il n’y a ni mauvaises herbes, ni mauvais hommes,il n’y a que de mauvais cultivateurs.” —Victor Hugo "개가 짖기 위해서는 물고 있는 걸 내려놔야겠지요." —극중 살라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싶은지가 오래되었다. 비루한 사람들, Les misérables. 은 워낙 많이 인용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2012년 군 복무중에 봤던 뮤지컬 영화 이 생각나기도 해서, 2019년도 버전으로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번 영화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나한테만 좋은 일이지만(;;) 영화관에 나 혼자뿐이어서 맘 편히 영화를 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서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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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충분히 가까이에 있는 것일상/film 2021. 4. 17. 00:35
샤이아 라보프는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작품이 . 는 두말할 것도 없고 에서도 그를 인상깊게 보았다. 에서는 반항적이고 음침하고 드문드문 순진한 모습이 드러나는 선한 역할을 맡는데, 샤이아 라보프가 맡는 역할들이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사실 요 근래 어떤 영화가 새로 나왔는지 아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지냈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라 그런지 시선을 잡아끄는 영화가 적지 않았다. , 과의 경합 끝에 으로 낙점:P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봐서 그냥 좋았다. 노스 캐롤라이나가 배경인 영화에는 늪이나 수풀, 바닷가가 번갈아 나오는데 어릴 적 읽었던 을 떠올리게 했다. 에서 무대가 되었던 미주리주가 그러했듯이 노스 캐롤라이나 역시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에서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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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원더풀일상/film 2021. 3. 23. 23:39
"돈은 우리를 구해줄 수 있지만, 서로는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는 거야?" —모니카 얼마전 라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서점에서 돌아다니다가 얼핏 본 것 같기도 한데, 제목만 봐서는 영 내용이 별로일 것 같아 시선을 두지 않았던 책이다. 책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의 이야기를 조금 뜬금없는 상황에서 꺼냈는데, 다소 자극적인 소설제목과 달리 2세대에 걸친 재일교포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오늘날 한국인들에게는 일종의 부채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영끌'이다 뭐다 해서 부채가 흔한 세상에 무슨 말인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데,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뭔지 이해가 되었다. 요지는 해외로 건너간 한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사들인 독립공채가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