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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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짐 캐리일상/film 2020. 12. 23. 22:55
최근 계속해서 코믹한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근래 개봉작 가운데에는 마땅히 볼 만한 작품이 없어서 생각을 해보다가 짐 캐리의 작품이 떠올랐다. 곧장 아이튠즈로 영화 렌트! 처음으로 본 작품은 로 예전부터 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작품이다. 주제가 분명하다. ‘자신의 의지(free will)’를 믿어라!! 영화를 보면서 뜻밖에도 최근에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글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이 떠올랐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마이클 샌델은 하나의 딜레마를 제시한다. 인간이 열심히 노력해서 구원을 얻는다면 신의 뜻이 인간 의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신이 전지전능하여 누군가의 구원을 결정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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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인주의자일상/film 2020. 12. 11. 15:43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가 자꾸 어떤 책 속 이미지를 연상시켰는데, 어떤 책인지 기억나지 않아 영화를 본 후에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나폴리를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그리는 말라파르테의 가 찾고 있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영화는 영국작가 잭 런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영국소설이 원작이므로 원래의 배경인 오클랜드가 나폴리로 각색되었고—그렇지만 둘 모두 바다에 인접하다는 면에서는 공통적이다—그런 까닭에서인지 허버트 스펜서의 이나 영국 경제학자들의 시장과 자본 논리에 대한 언급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아무튼 영화를 보며 이탈리아 소설 이 떠올랐던 것은, 주인공 마틴 에덴이 처해 있었던 빈곤하고 열악한 환경이 에 그려진 전쟁 속 참화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이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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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사랑을 싣고일상/film 2020. 12. 5. 01:39
11월에 영화 한 편을 못 봤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 , 같은 잔잔해 보이는 프랑스 영화들을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스크린에서 영화가 내릴 때까지 차일피일한 사이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루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시험을 보고 누워서 뻗어 있는데 문득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저녁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식사를 한 뒤 본 것이 .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조지아를 배경으로 하는데, 영화 제목에서 말하는 ‘춤’은 바로 조지아의 전통무용이다. 조지아라는 나라도 익숙하지가 않은데 조지아의 전통무용은 더욱 익숙할 리가 없지만, 매우 절도 있고 군사적인 안무는 대번에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 전통무용은 한 치의 타협도 없이 엄격하게 명맥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고, 때문에 이 ‘전통’ 춤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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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중국영화일상/film 2020. 10. 26. 00:53
알아차릴 정도로 감정에 호소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관람한 뒤 왓챠에 고민없이 5점짜리 영화로 저장해 두었다. . 떨어진 잎은 뿌리로 되돌아간다, 죽어서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주인공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죽자, 그를 가족에게 바래다 주기 위해 충칭으로 향한다. 충칭으로 향하는 긴 여로에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으면서도 주인공(자오번산)은 천진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서 삶을 긍정하는 모습을 읽어낼 수도 있는 반면, 보다 무미건조하게 말하자면 중국 농민공들의 고된 현실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중국 농민공들의 고달픈 삶과 애환은 뒤이어 보는 지아장커의 에도 잘 담겨 있다. 영화에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주인공과 그의 동료는 농촌에서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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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리처드 링클레이터일상/film 2020. 10. 16. 01:50
It’s for survival. You need to be prepared for novel experiences because often they signal danger. If you live in a jungle full of fragrant flowers, you have to stop being so overwhelmed by the lovely smell because otherwise you couldn’t smell a predator. That’s why your brain is considered a discounting mechanism. It’s literally a matter of survival. Something unexpected has just come up. Ju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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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시간의 놀이터일상/film 2020. 10. 8. 00:21
"What's happened happened. Which is an expression of faith in the mechanics of the world. It's not an excuse to do nothing." "It's the bomb that didn't go off. The danger no one knew was real. That's the bomb with the real power to change the world." 을 본 지도 한 달 가까이 되었다. 영화 볼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다가 하루는 공부를 하던 중 머리를 식힐 겸 영화를 보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라는 사실보다는, 우리말로 ‘섭리’, ‘기준’ 정도의 뜻을 갖고 있는 ‘테넷’이라는 단어에 더 호기심을 느꼈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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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젊음의 가벼움일상/film 2020. 9. 6. 20:56
다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영화다. 머리를 식힐 겸 종종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를 찾아서 본다. (+프랑스어도 공부할 겸)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는 으로 처음 접했는데, 이 영화에는 마찬가지로 에서 처음 얼굴을 익혔던 마린 백트라는 여배우가 등장한다. (여담이지만 ‘마린 백트’는 예전에 좋아했던 향수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하간 끝으로 iDMB에 매겨진 평점을 참고하고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프랑수아 오종 특유의 관능미와 은근한 긴장감이 각각의 장면에 잘 스며들어 있다. 이자벨이라는 17세 소녀(마린 백트)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을 통해 낯선 남자들과 만남을 만들어 나간다. 이 가상세계에서 이자벨은 레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위험한 관계 안에서 화대(花代)를 치르는 이나 이를 받는 이나 윤리의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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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燃燒)의 미학 : 결자해지 또는 사필귀정일상/film 2020. 8. 18. 22:55
1. 결자해지(結者解之)이거나 얼마 전 에릭 로메르의 작품을 한 편 더 보았다. 셔츠가 앞뒤로 슬슬 젖을 정도로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에릭 로메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죄다 수다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에서 약간 눈여겨볼 점이 있는데, 바로 영화 속 다채로운 색에 대한 부분이다. 해변을 비롯해 자연풍광을 즐겨담은 에릭 로메르가 에서는 파리 근교도시를 배경으로 택했다. 이곳에서 에릭 로메르는 색(色)에 대한 미적 감각을 여과없이 발휘한다. 영화의 배경은 세르지 퐁투아즈(Gergy-Pontoise). 파리의 북동쪽에 위치한 신도시로 일찍이 60년부터 기획되기 시작한 곳이다. 우리나라에 비유하면 1세대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정도가 될 텐데, 이곳 세르지 퐁투아즈는 파리만큼의 북적임은 없지만 공화정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