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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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mes after Z일상/film 2021. 10. 13. 15:41
이 영화를 본지는 좀 되었다. 기록을 남겨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3주 정도 시간이 흘러 기록을 남긴다. 영화는 모처럼 신촌에 있는 한 영화관에서 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분전환도 할 겸 소규모 극장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상영하는 곳을 찾아보았었다. 그리고 신촌에 들를 일을 만들어서 겸사겸사 반 년 만에 신촌으로 향했다. 사실 영화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던 중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던 뉴스는 종로3가의 서울극장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었다. 서울극장의 상영시간표는 어떻게 되나 검색을 해보았는데, 아무런 검색 결과도 뜨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종종 휴관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더 찾다보니 폐관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몇몇 블로그의 제목을 보니 이미 아듀 이벤트까지 한 달 간 진행했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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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양조위(梁朝偉)일상/film 2021. 9. 16. 20:02
마블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보려고 생각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B의 강력한 비추가 아니었다면 그냥 보지 않고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 말라는 건 어쩐지 더 해보고 싶은 법. 보지 말라는 영화라고 하니 더 보고 싶어졌다. 실제로 여러 평점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의 평점은 다른 마블 영화들보다는 낮은 편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낮은 기대치를 안고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은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는 아시안이 주인공 히어로로 등장하는 첫 마블 영화인데, 미국인들이 아시안에 대해 갖는 스테레오타입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양문화를 충실히 표현하려는 노력도 엿보이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아직까지 중국 본토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의외다.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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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일상/film 2021. 9. 14. 21:36
근래에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연작을 봤다. 다해서 의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연작에서 차용한 색깔들은 프랑스 국기에 쓰이는 삼색(la tricolore)과 같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색깔을 프랑스혁명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와 연결짓는 것도 생각해볼 법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각 영화가 자유(liberté), 평등(égalité), 박애(fraternité)와 관련이 있었던가 되짚어보면 그리 말끔히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는다.(=_=) 연작은 수상 이력이 대단히 화려한 영화들이기도 하다. 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는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니, 영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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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멕시코 감독일상/film 2021. 8. 28. 00:17
이번에 포스팅하는 두 편의 영화는 '멕시코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 이외에 공통점이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아이들'이 핵심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알폰소 쿠아론의 에서는 2027년 여성들이 임신능력을 잃어버린 세계를 그리고 있어서, 얼마전 읽었던 일본소설 『헌등사』가 어렴풋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헌등사』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아이들의 신체능력이 허약해져서 인공호흡기나 거치대의 도움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래서 과 『헌등사』 두 작품 모두 아이들이 부재하거나 고통을 겪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런던 시내도로에서 사륜 자동차들 사이로 분주히 달리는 릭샤들이다. 지금도 런던은 인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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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일상/film 2021. 8. 23. 18:54
요즘 같은 시국에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영작은 아니지만 말이다. 코로나 국면이 오래 가면서 영화관을 가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요즘은 부쩍 그렇다. 그래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관에서 감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면 그 아쉬움이란 게 뭘까 싶기도 하다. 집에서 본다고 해서 영화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배우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암실 같은 공간에 느긋하게 앉아 커다란 스크린으로 원하는 영화를 본다는 의미가 큰 걸까. 그렇다면 영화관이 관객에게 주는 것은 분위기 정도쯤으로 봐도 될까.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은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초반에 집중을 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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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일본 영화일상/film 2021. 8. 16. 17:51
ゴンドラの唄 /곤돌라의 노래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의 것, 사랑을 하오, 소녀여 朱き唇、褪せぬ間に、/붉은 입술, 시들지 않는 동안에 熱き血液の冷えぬ間に /뜨거운 피, 식지 않는 동안에 明日の月日のないものを。/내일의 시간이란 없소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의 것, 사랑을 하오, 소녀여 いざ手を取りて彼の舟に、/자, 손을 맞잡고 그의 배에 いざ燃ゆる頬を君が頬に /자, 타오르는 뺨에 그대의 뺨을 こゝには誰れも來ぬものを。/여기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터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의 것, 사랑을 하오, 소녀여 波にたゞよひ波の様に、파도에 떠도는 파도처럼 君が柔手を我が肩に /그대의 부드러운 손을 내 어깨에 こゝには人目ないものを。/여기에는 보는 이가 없으니 いのち短し、戀せよ、少女、/삶은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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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독일 영화일상/film 2021. 7. 25. 16:28
Du stehst am Strand und schmeckst den salzigen Geruch des Windes der über das Meer kommt, im Bauch das warme Gefühl grenzenloser Freiheit und auf deinen Lippen den bitteren tränendurchtränkten Kuss deiner Geliebten. 해변에선 짜릿한 소금내 바람은 파도에 씻겨지고 뱃속은 무한한 자유의 따사로움으로 가득 차네 입술에는 연인의 눈물 젖은 키스가 쓰게만 느껴지네 Weißt du denn nicht wie das ist, wenn du in den Himmel kommst? Im Himmel da reden die über nix ander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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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지중해 영화일상/film 2021. 7. 9. 23:2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완전한 실화 기반인 줄 알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 났을 때 이게 실화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본 뒤 이게 정말 모두 사실인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더니, 에두아르드 스포크라는 극중인물이 다니엘 바렌보임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다는 점 이외에는 모두 픽션인 것으로 보인다. 이 다니엘 바렌보임이라는 실존 인물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의 지휘자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아랍 청소년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관현악단(West-Eastern Divan Orchestra)을 이끌기도 했었다. 다만 에두아르드 스포크는 나치 출신의 부모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다니엘 바렌보임은 정작 아르헨티나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