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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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둔 말, 삼킨 말, 그리고 간직한 말일상/film 2019. 3. 11. 00:03
프랑스어 시험은 매해 서초역 인근 중학교에서 이루어지는데, 2일째의 말하기 시험에 10시 20분까지 소집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시험을 보고 시험장을 나왔을 때 11시가 채 안 돼 있었다. 나 같은 직장인으로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상징적이고도 황금같은 시간인데, 이틀을 오롯이 시험에 할애하고 나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근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이 영화다. 멕시코 영화라는 건 알았고,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는데 시험을 본 직후라서 그런지 스페인어가 계속 나오니까 피로한 느낌마저 들었다'~';; 보면서 프랑스어보다는 스페인어를 계속 공부하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고.. 음.. '말(言)'이라는 것. 사실은 인간의 성대가 떨리면서 나오는 여러 종류의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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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탕트(Détente)일상/film 2019. 2. 24. 05:58
포스터만으로 단숨에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흑백영화를 볼 일이 흔치 않은데 올해 들어서만 알폰소 쿠아론의 에 이어 두 번째로 흑백영화를 보게 되었다.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를린, 파리를 넘나들며 냉전(콜드워) 속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모니카 마론의 을 연상케 한다. 몇 차례 데탕트를 맞이하는 듯했던 이 둘의 관계는 그러나, 파리로 탈출했던 빅토르가 폴란드(동구권)로 복귀한 뒤 강제수용소에 수감되면서 그리 속시원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예술은 정치와 타협할 수 없다는 신념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의 전통민요에 스탈린의 색채를 덧씌웠던 그도,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현실과의 타협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냉전이라는 조류(潮流) 앞에서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하도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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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자들의 기록일상/film 2019. 1. 27. 21:14
"일본은 격차사회가 아니라 계급사회야!!" 아마도 원작이 있는 있는 작품이지 아닐까 싶다. (찾아보지는 않았다;;) 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내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던 츠마부키 사토시의 작품이 오랜만에 나왔길래 모처럼 일본영화를 봤다. 요새 보고 싶은 일본영화가 몇 편―과 ―있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가 금요일 퇴근길 이 영화를 봤다. 볼 때는 나름 재미있게 보기는 봤는데, 곱씹어보면 곱씹어볼 수록 이야기의 전개가 좀 엉성했던 것 같다. 문제의 실마리가 갑자기 등장한다든가 억지로 퍼즐조각을 끼워맞추는 느낌이 든다든가 하는 식으로.. 영화의 결말도 대충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그래도 캐릭터들의 색깔이 뚜렷하고, 무엇보다 영화가 건드리는 문제의 본질이 매우 명확하다. 특히 스토리를 일관되게 관통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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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s Obras Maravillosas일상/film 2019. 1. 7. 19:40
"전 아기가 태어나는 걸 원치 않았어요"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영화라 상영관을 찾기가 좀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봉준호 감독의 때보다도 상영관을 찾기가 엄청 힘들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상영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하지만, 정말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영화관을 확보하지 못해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쉽다. 어떤 플랫폼의 다양화냐 플랫폼의 대기업화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단 한 장면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었던 작품이다. 흑백 필름이지만 화면 구성의 다채로움이 생생하게 전달될 만큼 알폰소 쿠아론이 배경과 소품,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것이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화가 시작되는 가장 첫 장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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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생각보다 괜찮은 콤비였어일상/film 2018. 12. 28. 23:44
비고 모텐슨의 연기가 이렇게 통쾌한 적이 있었던가. 원래도 거침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의 마초적인 개성이 단연 눈에 띈다. 흑인 음악가의 수행비서를 맡은 이탈리아계 백인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실제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을 통해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까지도 미국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을 보여준다. 이 '그린북'이라 함은 당시 흑인들을 위한 여행지침서로 여행지에서 흑인이 머물 수 있는 숙소, 흑인이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을 정리해 놓은 초록색 표지의 책이다. 차라리 팸플릿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이 단촐한 여행책자를 들고 두 주인공은 미국 동남부의 순회 공연을 떠나는데, 남쪽으로 향하면 향할 수록 흑인 음악가 돈 셜리는 평생에 시달려 왔던 정체성의 혼란을 다시 마주한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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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영욕(榮辱)을, 예술에게는 오로지 영광(榮光)만을일상/film 2018. 12. 19. 00:03
부모님께 강력히 추천해드리고서는 정작 나는 이 영화가 상영한지 꽤 되어서 근래에 영화를 봤다이 정도 롱런이면 올 연말 국민영화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니 무슨 부연이 필요하랴~그래도 근래까지도 영화를 볼지 망설였던 건 '퀸'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라는 존재가 이러저러하게 윤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보기를 잘 했다 생각한다..용산으로 영화관을 갔더니 특정장면에서 3개 벽면에 스크린샷을 쏴주던데사실 3 곳을 동시에 다 볼 순 없어서 정신사나운 것 같기도 하고 몰입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다음번에 간다면 굳이 웃돈주고 특별관에서 볼 것 같지는 않다보고 싶은 영화가 꼭 거기에서만 한다면 별 수 없지만.. 갑자기 요새 계속 래디오 가가- 래디오 구구 흥얼대며 리듬타던 직장 선배가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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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s Vies일상/film 2018. 11. 21. 00:01
종이책의 미래 지금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한동안 화두가 되었던 것이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였다. 독서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되고, 특히 각종 소셜네트워크나 전자기기의 발달로 텍스트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전통적인 출간을 담당해 오던 출판사들의 입지와 전략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세태와 맞물려 한편으로는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떠올리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기존의 아날로그식 독서에 기대를 거는 주인공들의 진지한 대화를 보여준다. 종이와 관련된 무엇이든―책, 수첩, 메모지 심지어 필기구까지―간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논의가 오고간다는 자체가 어쩐지 씁쓸하다. 도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맡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