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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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일상/film 2018. 6. 27. 22:40
Jusqu'à la garde)/드라마/자비에 르그랑/미리암(레아 드루케), 앙투안(드니 메노셰), 줄리앙(토마 지오리아)/93> 불꽃 튀기는 변론과 함께 꽤나 숨가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영화는 막을 연다. 마치 가족 내 송사(訟事)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논리 다툼을 예고하는 듯하던 영화는 도입부를 넘긴 뒤로는 일체의 법적 논리와 무관하게 비이성적으로 흘러가는 가정 폭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가정폭력의 이미지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물리적인 폭력행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에는 피를 흘리는 장면이나 구타당하는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 가정폭력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난다. 회유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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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시를 쓴다일상/film 2018. 6. 8. 00:51
The Chaos of FatwasI have seen evil from the eyes of the subversive fatwas in a time when what is lawful is confused with what is not lawful;When I unveil the truth, a monster appears from his hiding place; barbaric in thinking and action, angry and blind; wearing death as a dress and covering it with a beltHe speaks from an official, powerful platform, terrorizing people and preying on ever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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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불씨를 당기다일상/film 2018. 6. 7. 21:30
IDMB에서 평이 워낙 좋아서 오랜만에 영화관 방문. 영화 오프닝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을 얼핏 봤던 것 같은데,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며 벤이 자신의 악취미를 드러낼 때서야 그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는 걸 알았다. 일본어로 된 원서로 무라카미의 단편집을 접하던 때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그게 어떤 내용이었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영화를 봤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단편집 을 다시 들춰보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모티브로 하긴 했었도, 이 소설 자체는 약 30페이지 가량의 짧은 소설이기 때문에 148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메운 건 이창동 감독의 창작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는 소설보다 여러가지 살이 덧붙기도 했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된 내용도 있다. 1. 불 :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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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묶어주는 것들일상/film 2018. 5. 9. 01:28
가끔 아예 색다른 소재를 다룬 영화를 찾아본다. ‘와인’을 소재로 한 이번 영화가 그렇다. 와인의 w자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의미가 있다. 와인의 기초적인 지식들을 시각적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 특히나 와인은 맛과 향이 중요한 음식이지만 이 영화는 영화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 와인의 시각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포도밭의 사계절, 와인을 즐기는 태도나 관습, 포도를 따는 방법부터 와인이 발효시키기 위해 들이는 노동과 산미를 측정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는 제법 와인의 양조과정을 충실히 담고 있다. 물론 와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숙성되어 가는 과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 프랑스 영화 중 가족을 등장시켜 유쾌발랄하게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영화가 꽤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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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she mysterious?일상/film 2018. 4. 23. 23:17
를 볼까 고민하다 시간이 좀 더 편리했던 을 선택, 관람.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비록 대부분 4점 이상을 누르지만) 왓챠에도 5점 쾅쾅. 맨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에는 낭랑한 스페인어 대사가 흘러나와서 좋았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20분 가량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훨씬 이해가 잘 되어 좋았다. 트랜스젠더인 주인공 '마리나'의 삶을 그려낸 이 영화는 성소수자가 처한 어려움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에 대해 담담하게 고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큐레이터의 설명과 여러 기사에 따르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성별 정정의 조건으로 성전환 수술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상당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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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의 재발견일상/film 2018. 4. 14. 00:21
워낙 대사량이 많지 않은 영화라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영화가 종료됐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편이라 같은 미드의 첫 화를 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본디 인간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청각을 자극하는 것이라 했던가. 을 관람하며 귀가 즐거웠던 게 불과 얼마전인데, 이 영화는 소리를 소거함으로써 전혀 다른 종류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짧은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플롯이 짜임새 있게 전개된 데다 디테일도 잘 묘사되어 있었고, 애틋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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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유골(言中有骨)일상/film 2018. 4. 1. 16:23
종잡을 수 없는 제목 때문에 별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영화인데,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 원제 인 이 영화는, 인종차별의 잔재가 남아 있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딸에게 저질러진 불의를 앙갚음하기 위해 두 발 벗고 나선 어느 여성(밀프레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들(특히 밀프레드와 딕슨)의 행동이 막무가내인데다 거침없이 대사를 읊기 때문에 이거 너무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표현이 거칠 뿐 따지고 보면 틀린 얘기는 없다는 게 이 영화를 보는 묘미다.가해자를 찾아나선 밀프레드는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성들의 잔인함에 맞서는 인물인 한편, 딕슨은 유색인종에게 폭력을 일삼는 경찰관으로 공권력의 부패와 인종차별을 스스로 폭로하는 인물이다. (영화 중간에는 밀프레드가 종교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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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일상/film 2018. 3. 26. 19:59
Nature has cunning ways of finding our weakest spot. How you live your life is your business, just remember, our hearts and our bodies are given to us only once. And before you know it, your heart is worn out, and, as for your body, there comes a point when no one looks at it, much less wants to come near it. Right now, there's sorrow, pain. Don't kill it and with it the joy you've felt. 대단히 감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