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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늦봄과 여름주제 없는 글/印 2016. 9. 17. 00:57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식고 어느덧 길가에 떨어진 은행열매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계절이 왔다.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아니지만, 대신 지난 4개월여간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정리해본다. @진과스 신사—그리고 7년지기 나의 오랜 동료 @생화가 가득했던 어느 카페 @벽면에 사진이 가득했던 어느 카페 @양수리 북한강변 산책로 @병원 다녀오는 길(대학로) @해저물녘 신촌역 @뙤약볕을 피해 서둘러 들어간 교내 건물 @종로1가와 보신각 @신림 가는 길 어느 학교 앞—신림은 언제쯤 도착할꼬.. @운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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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일상/book 2016. 9. 16. 00:03
"우린 변화를 원하지 않아요. 모든 변화는 안정에 위협이 되니까요. 우리들이 새로운 발명들을 실생활에 적용하기를 그토록 삼가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순수 과학의 모든 발견은 잠재적인 파괴성을 지니기 때문에 때로는 과학까지도 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간주해야 됩니다. 그래요, 과학까지도요." " 사람들은 마치 진리와 아름다움이 지상(至上)의 선이기라도 한 것처럼 여전히 떠들어댔어. 9년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그랬지. 전쟁은 정말로 그들의 인식을 바꿔놓았어. 사방에서 탄저열 폭탄이 터지는 마당에 진리나 아름다움이나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9년 전쟁 이후에, 그때부터 과학이 처음으로 통제를 받기 시작했지. 그때는 사람들이 식욕까지도 통제를 받을 각오가 되어 있었으니까. 조용한 삶을 위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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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세 개의 도시여행/2015 미국 북서부 2016. 9. 14. 18:52
후반부로 갈수록 포스팅 간격이 뜸해진 미국여행기..마지막으로 매듭은 지어야 할 것 같아 에필로그를 남긴다. 프롤로그에서 잠시 언급하긴 했지만, 10일째의 기록은 여행이 끝난 반 년도 더 되어서,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남긴 것이다. 아무래도 여행 마지막날이었던 10일째 밤에는 짐을 정리하느라 일지를 제대로 남길 수 없었다. 그래도 여행기를 새로 정리하다보니 여행의 잔상이 떠올라 기분이 유쾌해졌다. 당시의 쌀쌀했던 날씨도 떠올랐고...;;내가 돌아다녔던 세 도시에 관한 인상과 느낀 점은 여러 포스팅에 걸쳐 적어놓았다. 특히 10일째 포스팅에 많이 남겼던 것 같다. 글쎄... 운이 좋게도 나와 동생은 10박 11일간의 일정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살기 좋다고 손꼽히는 도시들만 들러본 것 같다. 샌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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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순례일상/film 2016. 9. 12. 02:05
이라는 미국드라마를 보면 첫 화(話)의 도입부에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남자 앵커(윌 맥어보이)는 어느 한 강연에 초청되는데, "왜 미국이 가장 위대한 국가인가?"라는 어느 여대생의 질문에, "미국이 위대한 국가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단칼에 딱 잘라 답한다. 앵커의 답변은 '위대한 국가'라 일컬어지기에는 초라한 미국의 여러 지표들, 특히 삶의 질과 관련된 형편없는 성적표에 근거한다. 아무리 유수의 대학이 모여 있고 첨단 과학기술이 융성하는 미국이라고는 해도, 평균적인 교육수준과 복지수준의 중간값을 놓고 보자면, 서유럽 국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더러 개발도상국가와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곡을 찌르는 앵커의 답변에 얼음장을 끼얹은 듯 좌중의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덩달아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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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의학에 관한 두 권의 책일상/book 2016. 9. 10. 11:35
& 요즘은 정말이지 힐링서(書)가 흔해졌다. 모든 서점의 입구에 '행복 관리법'이나 '성공의 열쇠'에 대해 역설하는 각종 자기계발서, 심리학 서적, 또는 에세이류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나 역시 뭔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힐링서들을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읽어서 내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기분 전환을 위해 소설을 한 편 읽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힐링서에서 찾고 싶은 내용들을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을 주제로한 서적에서 찾게 되었다.문제는 힐링서들에 비해 뇌과학서적이나 정신분석학 서적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번역투가 너무 심해서 읽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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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일상/book 2016. 9. 9. 01:50
밀물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야자수가 자라나고 있는 고대(高臺) 언저리의 희고 휘청거리는 모래와 바닷물 사이로는 굳건한 모래사장이라고는 겨우 한 가닥이 좁다랗게 나 있을 뿐이었다. 랠프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한 가닥의 굳건한 모래사장을 골라잡고 걸어갔다. 발길을 지켜보지 않고서도 걸어갈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가를 걸어가다가 홀연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 그는 놀랐다. 이승의 따분함을 깨우친 것 같았다. 이승에서의 모든 도정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며, 세상살이의 태반은 발걸음을 조심하는 데 보내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 외가닥의 모래사장을 바라보았다. 흡사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열을 올렸던 최초의 탐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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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로미오일상/film 2016. 9. 7. 17:15
이들의 유쾌한 수다가 다시 시작되었다. 9년만의 해후도 이 둘의 대화를 어색하게 갈라놓지는 못했다. 대사를 쫓아가기에 바빠서 7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빡빡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9년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엔딩크레딧이 올라가 있었다. 분명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두 배우의 매력은 여전했고, 호흡에는 막힘이 없었다. 무대배경이 파리라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영화였다. 프랑스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사실은 최근 이라는 일본소설을 읽고난 뒤, 소설과 무대배경이 같은 개봉작을 발견하고 관람하게 되었다. 소설과 영화 모두 특이하게도 인도의 바라나시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또한 모두 '영적인 체험'을 소재로 삼고 있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