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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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망: 미니멀리즘 탐구일상/book 2024. 8. 17. 02:30
심오한 미니멀리즘과 피상적 미니멀리즘의 차이는 개념이 전도되는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니까 더 효과적으로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줄이는 과정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자신을 줄이는 과정 뒤에 따라오는 보상을 받기 위해 의지를 관철하느냐 둘 중 하나다. 이것은 사상으로서의 미니멀리즘이 사물로서의 미니멀리즘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후자는 소유물을 멀리한다는 것은 온갖 문제와 어려움을 멀리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자는 과잉을 멀리하는 행위의 최종 목적은 결국 세상은 엉망이고 불편할 뿐 아니라 보기보다 경이롭고,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을 암시한다.―p. 20 미니멀리즘은 전 세계의 여러 시대와 장소에서 반복되는 감각에 가깝다. 우리를 둘러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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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일기일상/book 2024. 8. 8. 02:54
내가 시간 속에서 점하는 위치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변화하는 내 자아를 가능한 한 완전히, 가능한 한 쓸모 있게 활용하고 싶었다. 비틀ㄹ비틀 서성이면서, 비몽사몽간에, 내가 세상에 진 빚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p.9 나는 내가 맹렬한 기세로 다음 사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전 사람에게서 달아나고 있을 뿐이었다.―p.27 한 친구는 이렇게 썼다. 금이 헬륨과 비슷하면서도 헬륨 이상의 무언가이듯, 결혼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다. 전자(電子)의 내부 껍질이 꽉 차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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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일상/book 2024. 8. 6. 03:43
"다스 부인, 당신이 느끼는 건 정말 고통입니까, 아니면 죄책감입니까?" (p.111 中) "부리 마의 입은 거짓으로 가득해. 하지만 그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 새로운 사실은 이 건물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는 거야. 이 같은 건물이 필요로 하는 건 진짜 경비원이라네." (p.136 中) "그건 알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p.173 中) "모든 사람이, 이 사람들이, 세상에 세상에, 너무 많아." (p.195 中) 사실 산지브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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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비사물일상/book 2024. 8. 5. 12:07
내가 그것을 홀대하고 그것이 내게 쓸데없더라도, 혹은 이런 것을 가치 있는 것이라고 부르는 것도 터무니 없을 것이다. 공기나 물처럼, 내가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할 때면 나는 무언가를 위반한다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뭉뚱그려서 말하면, 내가 위반하는 이유는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무단으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가령 자연에 시시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엄하므로 자연을 위반하는 것이다. 가령 문화 바깥에서 가치를 논하는 것은 반인간주의이고 따라서 무엄함 이상이므로 문화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과연 자연과 문화의 경계는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이들 사이에는 도처에 무인지대가 있고 도처에서 은밀한 월경(越境)이 일어나지 않는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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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관하여일상/book 2024. 7. 29. 11:32
때로는 ‘신념’이라고 여긴 것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나 생각지 못한 전개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인생에 쓰나미 같은 변화가 닥칠 때 사람은 예상 밖의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삶을 돌이켜 보면 최악의 순간에 완전히 매몰되는 듯해도 그 경험을 통해 정화되는 부분도 있었다. 물론 실망과 고난이 따르지만, 그 일을 계기로 묵은 감정이 씻겨 나가고 그동안 생각지 못한 새로운 관점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면에서 참혹한 격변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 바라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끔찍한 일을 겪는다. 실패, 상실감, 고통, 죽음은 누구나 감당해야 할 몫이다. 몸에 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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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Stanze)일상/book 2024. 7. 21. 10:51
나태한 인간의 타락은 대상은 원하면서도 그것에 이르는 길은 원하지 않는 욕망의 타락이다. 그는 욕망하면서도 욕망의 성취를 위한 길을 가로막는다.―p. 35 우울증은 사랑하는 대상의 사라짐에 대한 거부반응으로서의 철회라기보다는 차라리 가질 수 없는 대상을 마치 잃어버린 대상으로 보이게 하는 상상력에 가깝다. 리비도가 만약 실제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마치 무언가를 정말로 잃어버린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 이유는, 한 번도 소유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살라진다는 것이 불가능한 무언가를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게 하고 또 한 번도 사실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소유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하나의 잃어버린 물건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가상의 장면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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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노동(Pseudowork)일상/book 2024. 7. 15. 11:37
전혀 힘들지는 않더라도 잔뜩 스트레스 주는 업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업무, 누가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포괄하 ‘텅 빈 노동’이라는 개념의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 노동pseudowork’이라는 적당한 용어를 찾아냈다. ―p. 94 지난 세기 무대 뒤 노동의 폭발적 증가, 특히 지난 50년간의 가속도가 가짜 노동의 완벽한 양육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원인의 일부는, 무대 앞 노동을 먼 곳에서 들여온 값싼 인력과 자동화 기계에 위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선진국에 남은 것은 사무직 일자리뿐이다. 그렇다면 사무직 노동 대신 더 많아진 자유 시간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되지 않았다. ―p. 101 “오래된 낡은 문화가 아주 광범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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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일상/book 2024. 6. 10. 21:25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를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양 집단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양 집단이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함을 뜻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양 집단 구성원이 어떤 본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는 평등한 또는 동일한 처우(treatment)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한 원리는 단지 평등하게 배려하길 요구할 따름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들을 평등하게 배려한다는 것은 그들을 서로 다르게 처우하며, 그들이 서로 다른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의미할 것이다. ―p.29 좋든 싫든, 우리는 인간들이 서로 다른 체형과 몸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