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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의 일기(下): 영화의 도시(Ville cinéphile, Cannes)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9. 16. 13:53
# 칸느의 경우에도 굳이 따지자면 만족스런 여행이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의 칸느는 남프랑스의 특색 없는 도시처럼 생각된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큰 도시인 부산이나 전주도, 영화제가 아닌 때에 여행을 가면 영화와 관련된 구경거리를 찾기 어렵다. 그래도 영화 박물관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 기대했건만, 영화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부산의 국제시장 쪽과 비교를 해도 도시가 너무 말끔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날 여행에서 칸느에서 A를 다시 만남으로써 말동무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A와 합류하는 것도 순탄치는 않았지만. # 칸느로 넘어오는 버스 안에서 A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메시지는 크화세트 해변(Plage Croisette)에서 해수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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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의 일기(上): 향수의 도시(Capitale du parfum, Grasse)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8. 30. 12:38
# 전세계 향수의 수도라 불리는 그라스 여행은 꽤나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A는 아침 시간에 엉티베(Antibes)를 가볼 생각이라고 했고, 나는 그라스에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후에 칸느에서 서로 합류하기로 한 뒤, 나는 니스 시(Nice-Ville) 역에서 종점이 그라스인 열차를 탔다. 해안을 달리던 열차는 엉티베를 지나는 지점에서부터 구불구불한 산길로 접어든다. 가끔 방훈(芳薰)을 낼 목적으로 방에 향수를 뿌리기는 하지만, 몸에 뿌리는 향수는 쓰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건 향수라기보다는 차라리 방향제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다만 '향수'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고, 마침 향수로 유명한 도시가 남프랑스에 있다고 하니, 정확한 실체도 모르는 상징적 장소을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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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의 일기(下): 니스에 이르다(À Nice)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8. 28. 23:41
니스에서 R을 만나게 된 건 뜻밖의 일이었다. 라시오타를 거쳐 니스에 도착해 호스텔에 체크인을 할 때, 마침 R이 인사를 해온 것이다. R은 꺄시스에서 만난 투숙객으로, 따져보면 니스에서 다시 만난 게 전혀 뜻밖의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전날 R에게 꺄시스를 떠나면 다음에는 니스에 갈 거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일정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녀도 니스에 갈 예정이라기에 서로 여행 정보를 공유했었다. 바캉스 기간에는 뛰는 물가보다 숙박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에, 꺄시스를 먼저 떠나게 된 나는 내가 알아보고 있는 숙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조건에 숙소를 구한 것 같다고 얼핏 말은 했었지만, R은 불현듯 니스로 오는 일정을 앞당겨 나보다도 먼저 니스에 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아침에 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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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일상/book 2022. 8. 27. 17:40
프랑스에서 돌아온 뒤 독서량도 영화를 보는 횟수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프랑스에 있는 동안 새로운 활자들, 새로운 구문들과의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면서, 유희로써 텍스트를 접하는 일마저 거추장스럽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히 반대급부에서 순기능적인 측면이라면, 드문드문이나마 글을 찾아 읽을 때는 우리 문학을 찾아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고 소화하기에 편한 글을 찾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에는 박경리 작가의 소설이 재밌어서, 비싼 국제운송료를 감수하면서까지 박경리 작가의 책을 추가로 주문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찾아보고 있는데, 수필을 읽는 건 국내작품과 해외작품을 막론하고 실로 오랜만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독서를 하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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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side Down일상/film 2022. 8. 26. 18:11
영화 포스팅을 쓰기는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실제로 이번 여름 내내 영화를 거의 안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은 프랑스에서 돌아온 직후에 봤던 영화인데 이제서야 글을 남긴다. 스크린 X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고 아이맥스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두 번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은 아직도 예매순위 상위에 랭크되어 있어서, 이렇게 롱런하는 영화를 보기도 오랜만이다. 전개가 불보듯 뻔하게 예상됨에도 흠잡을 게 없는 영화다. 고전적인 스토리를 이렇게 볼 만하게 만들어내는 것도 재주다. 물론 여기에는 뛰어난 연출과 각본도 있겠지만, 이걸 화면 안에서 잘 구현해주는 배우들의 몫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톰 크루즈라는 우리의 명배우는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120% 소화해낸다. 보는 내내 통쾌하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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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걷는다는 것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2. 8. 25. 23:06
[도시의 풍경] 서울의 풍경은 해를 거듭할 수록 발전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대략 2002년 월드컵 때의 서울과 비교하자면, 지난 20년 사이 서울의 거리는 몰라볼 정도로 정갈하게 정비되었고 오래된 건물들은 새롭고 시원한 건물들로 대체되었다. 세종대로나 강남대로, 여의대로를 걷다보면 마천루가 즐비한 해외 유수의 도시가 부러울 게 없다. 성냥갑같던 아파트들도 근래에는 타워형 아파트로 바뀌면서 주거지의 풍경 또한 퍽 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보행습관] 아이러니한 점은 지난 10년간 사람들의 보행습관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는 것이다. 나날이 번듯해지는 도시의 외관과 달리,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보행습관은 때로 참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인도와 횡단보도를 사선으로 걷는 건 기본이거니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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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의 일기(上): 라 시오타(La Ciotat)를 거쳐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8. 17. 00:40
# 꺄시스에서 라 시오타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꺄시스의 파출소(Gendarmerie)에서 직행 버스를 타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버스를 타고 꺄시스 역으로 이동한 다음,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라 시오타 역으로 가는 방법이다. 라 시오타 역은 시내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역에서 내리면 다시 한 번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서 라 시오타 시내의 버스 정류소(Gare routière)까지 바로 이어주는 버스가 여러모로 편하다. 다만 직행버스의 가장 큰 단점은 통근 시간대에만 운행한다는 점이다. 오전 8~9시대와 오후 5~6시대에 몇 대의 차가 오갈 뿐이다. 애당초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수요를 위해 만들어진 노선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평소 아침을 늦게 시작..